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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왜 42.195km일까? 역사와 숨은 사연

writeguri 2025. 10. 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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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라톤의 기원: 고대 그리스 전설에서 시작된 이야기

마라톤의 기원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을 받았고, 전쟁의 중요한 전투가 바로 마라톤 평원 전투였습니다.

 

아테네 군은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전략적인 기동과 시민병의 강한 투지로 페르시아 군을 격퇴했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한 후, 전령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가 아테네까지 달려가 “우리가 승리했다!”라고 외친 뒤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는 약 40km 남짓으로 추정되는데, 이 이야기가 바로 마라톤 경기의 뿌리가 됩니다. 사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페이디피데스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가 정말 달렸는지는 논란이 많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이야기가 후대에 과장된 영웅 신화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전설이 근대 올림픽이 부활할 때 상징적 영감을 준 사건이었다는 점입니다.


2. 최초의 근대 마라톤: 아테네 올림픽과 40km의 출발

근대 올림픽은 1896년 아테네에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쿠베르탱 남작과 그리스의 학자들이 경기 종목을 구상했고, 여기서 마라톤이 특별히 채택됩니다.

 

당시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그리스 민족의 자부심과 역사적 상징이었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테네 근교의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 달리는 약 40km 코스가 정해졌습니다.

 

이 경기에서 그리스의 **스피리돈 루이스(Spyridon Louis)**가 우승하면서, 마라톤은 단숨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종목으로 떠올랐습니다. 루이스는 마을 우체부 출신의 무명 선수였는데, 전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1위를 차지해 그리스 국민 영웅이 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완주 거리는 정확히 40km에 가까웠고, 아직 42.195km라는 숫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3. 런던 올림픽 1908년, 42.195km의 탄생 배경

마라톤 거리가 지금과 같이 42.195km로 확정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1908년 런던 올림픽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왕실은 특별한 요청을 했습니다. **윈저 성(Windsor Castle)**에서 출발해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의 왕실 관람석 앞에서 결승선을 끊도록 코스를 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왕족들이 직접 창문에서 선수들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도착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한 배려였습니다.

 

그 결과, 출발 지점이 조금 앞당겨지고 도착 지점도 미묘하게 조정되면서 최종 거리가 **42.195km(26마일 385야드)**가 되었습니다. 이 애매한 숫자는 사실상 왕실의 의전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만, 이후 국제 대회마다 “그때 정해진 거리”가 관습처럼 이어졌습니다.

 

특히 1908년 런던 대회의 마지막 장면은 극적이었습니다. 선두였던 이탈리아 선수 **도란도 피에트리(Dorando Pietri)**가 극심한 탈진으로 결승선 앞에서 방향을 잃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다가 심판의 도움을 받고 들어왔는데,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전 세계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마라톤=42.195km의 극한 경기”라는 이미지가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4. 올림픽 이후, 국제적으로 거리 표준화 과정

1908년 이후 몇 차례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거리가 일정치 않았습니다. 어떤 대회는 40km, 어떤 대회는 42.75km 등 조금씩 차이가 있는 코스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과 관중들이 혼란을 겪었고, 기록 비교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1년, 국제 육상 연맹(IAAF, 현재는 World Athletics)이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마라톤 거리를 42.195km로 규정했습니다.

 

즉,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마라톤 거리는 고대 전설에서 비롯된 약 40km와, 1908년 런던 올림픽의 왕실 요청으로 늘어난 2.195km가 합쳐진 결과물인 셈입니다. 우연히 만들어진 거리였지만, 이 숫자가 표준화되면서 오늘날 전 세계 마라톤 대회에서 동일한 거리를 달리게 된 것입니다.


5. 42.195km가 주는 의미: 기록과 전략의 차이

마라톤에서 2.195km의 추가 거리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 초보 러너에게는 마지막 몇 km에서 체력 고갈, 즉 ‘벽(Hitting the wall)’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세계 신기록 도전 여부를 가르는 구간이 바로 이 마지막 2km입니다.
  • 심리적으로도 40km를 지나고 나서 남은 2.195km는 정신력과 투지를 시험하는 구간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 구간을 대비해 훈련에서 페이스 조절, 영양 보충 전략, 그리고 심리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만약 마라톤이 40km에서 끝났다면 지금처럼 ‘인간 한계의 상징’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6. 세계 마라톤 대회의 다양한 코스 특징

42.195km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지만, 코스의 특성은 대회마다 크게 다릅니다.

  • 보스턴 마라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 구간이 유명합니다.
  • 베를린 마라톤: 평탄한 도심 코스로 세계 신기록이 자주 나오는 곳입니다.
  • 뉴욕 마라톤: 5개 보로(구 borough)를 통과하며 다리와 언덕이 많은 도전적인 코스입니다.
  • 동아마라톤(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대회로, 국내 엘리트 선수들이 올림픽 선발전을 겸해 참가합니다.

이처럼 같은 거리라도 지형, 기후, 도심 구조에 따라 경기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목표 대회에 맞춰 맞춤형 훈련을 하며, 아마추어 러너들도 자신이 도전할 대회 코스를 미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마라톤 거리와 인간 한계의 과학적 관계

마라톤은 단순한 장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인체 생리학적 극한을 시험하는 실험실과 같습니다.

  • 인간의 체내 **글리코겐(glycogen)**은 보통 30~35km까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데, 그 이후 고갈되면서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 42.195km는 이 한계를 조금 넘어서는 거리라서, 인간이 훈련과 보급 전략으로 어떻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 의학적으로는 장시간 달리기로 인한 심혈관계 적응, 근육 대사, 체온 조절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마라톤은 스포츠 과학자들에게도 완벽한 연구 대상이며, 42.195km라는 거리는 우연이지만 과학적으로도 ‘인간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실험 거리’가 되었습니다.


8. 한국 마라톤 역사와 42.195km의 도전

한국은 마라톤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남겼습니다.

  •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따며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황영조가 금메달을 차지해 올림픽 영웅이 되었습니다.
  •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이봉주 선수가 우승하며 세계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42.195km라는 ‘벽’을 극복한 정신력과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마라톤 문화는 이후 대중화되어, 매년 수많은 시민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며 건강과 도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9. 마라톤 완주가 남기는 사회·문화적 상징성

마라톤은 단순한 기록 경기가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 도전 정신: 인생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 공동체 의식: 수천 명이 함께 달리며 연대감을 느끼는 경험이 됩니다.
  • 자기 극복: 42.195km를 완주한 사람은 이후 어떤 어려움에도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마라톤은 ‘중년의 도전’이나 ‘은퇴 후 자기 관리’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마라톤은 스포츠를 넘어 철학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10. 결론: 우연에서 시작된 필연, 42.195km의 철학

마라톤의 공식 거리는 처음부터 정교하게 계산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대의 전설, 근대 올림픽의 문화적 상징, 그리고 런던 올림픽의 우연한 왕실 요청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 애매한 숫자가 오히려 인간의 한계와 투지를 시험하는 완벽한 거리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마라톤=42.195km라는 불문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마라톤의 거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역사·과학·인간 정신이 어우러진 상징적 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국제육상연맹(World Athletics) 공식 기록 자료
  2. David E. Martin & Roger W.H. Gynn, The Olympic Marathon: The History and Drama of Sport's Most Challenging Event (Human Kinetics, 2000)
  3. 국립체육박물관, 「한국 마라톤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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